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어느 날, 나는 가평읍 향교로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공기는 맑고 신선했고, 거리는 고요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는 모든 것을 촉촉하게 적셨고, 주택가의 담벼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가을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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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주택가 담장을 멋스럽게 감싸고 있던 능수화 넝쿨이었다. 붉은빛을 머금은 능수화 꽃들이 담장 위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비에 젖은 채 더욱 생생하고 선명해 보였다. 마치 이른 가을을 맞이하는 축복이라도 하듯, 능수화는 가을비와 함께 조용히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능수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능수화는 본래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꽃으로, 주로 절과 같은 오래된 건축물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특유의 넝쿨성 식물로 담장을 타고 자라나며, 다른 식물에 의지해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능수화의 꽃말은 '명예', '영광'이다. 이 꽃은 자주 누군가의 지위나 권위를 상징하며, 힘과 명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외모와 꽃말에 어울리지 않게, 능수화는 매우 겸손한 꽃이다. 다른 꽃들처럼 스스로 우뚝 서지 않고, 오히려 담장을 타고 기대며 피어난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힘보다는 함께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듯하다.
그날의 능수화는 비에 젖은 담장을 타고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꽃잎 위에서 반짝이며 흩어졌고, 그 모든 광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가평읍의 정취 속에서 비와 능수화가 어우러진 그 순간, 나는 자연과 인생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가을비에 젖은 능수화를 보며, 나는 그 꽃이 가진 조용한 힘과 고요한 아름다움을 되새겼다. 능수화는 우리에게, 명예와 영광을 추구하더라도 그것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했다.
이렇게 비가 내리던 날의 능수화와 함께한 나의 가평 기행은, 그저 소박한 풍경 속에서 인생의 작은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가을비 속 능수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
능수화는 담장을 타고 피어났네.
능수화는 담장을 타고 피어났네.
붉은 꽃잎에 빗방울 맺히고,
속삭이듯 바람과 함께 춤을 추었네.
넝쿨을 따라 천천히 하늘을 향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퍼지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퍼지네.
명예와 영광을 속삭이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기대어 자라네.
비에 젖은 꽃, 고요한 힘,
자연 속에 숨겨진 작은 빛.
가평의 담장에 흐드러진 그 모습,
가을비 속 능수화, 그리움으로 남았네.
자연 속에 숨겨진 작은 빛.
가평의 담장에 흐드러진 그 모습,
가을비 속 능수화, 그리움으로 남았네.
가평나우 기자 kkkggg@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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